일의 의미를 묻는 시간
아침마다 알람을 끄고, 같은 길을 따라 출근하고, 익숙한 업무를 처리하며 하루를 보낸다. 그렇게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월요일이 지나면 곧 금요일이 되고, 월급날이 지나면 금융치료를 하면서 또다시 한 달이 시작된다. 일이라는 건 어쩌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너무 당연한 일상이고, 동시에 벗어날 수 없는 구조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나는 왜 일하고 있지?'라는 질문이 떠올랐다. 단순히 생계를 위한 것 이상으로, 이 일이 나에 대해 잘 설명할 수 있을까. 내가 진짜 원하는 노동은 어떤 모습일까. 그런 물음 속에서 넷플릭스의 몇 편의 다큐멘터리를 만났다.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노동의 현실, 경제의 이면, 그리고 시스템 속에서 반복되는 불평등을 조용히 들여다보게 해 준 작품들이다. 오늘 소개할 네 편은 단순히 일의 구조를 고발하는 것을 넘어서, 우리가 어떤 삶을 원하고, 어떤 조건에서 일해야 하는지를 다시 고민하게 만든다.
노동을 기록한 다큐들
첫 번째는 '플래닛 오브 더 휴먼스'다. 환경과 자본의 관계를 다루지만, 그 중심에는 늘 '노동'이 있다. 재생 에너지조차 기업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은 결국 일하는 사람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보여준다. 두 번째는 '브로크'다. 갑작스러운 해고나 경제적 위기를 겪은 사람들이 경험하는 무너짐을 다룬 이 작품은, 자본의 속도에 의해 인간이 밀려나는 과정을 날카롭게 그려낸다. 보는 내내 나의 현실이 되는 건 아닐까 하는 마음에 두려웠다. 세 번째는 '프라이빗 워'다. 기자로서 위험한 전쟁터를 누비던 인물이 겪는 정신적, 신체적 소진을 통해, '직업'이라는 말 안에 숨겨진 희생을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정말 나는 편안하고 안일하게 일하고 있었다는 것을 느꼈다. 마지막은 '라스트 체스맨'이다. 체스 선수이자 난민 출신 노동자인 주인공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재능이 있어도 시스템 안에서 설 자리를 찾기 어려운 현실을 보여준다. 한 사람이 생존을 위해 무엇을 포기하고, 또 무엇을 지켜내야 하는지를 조용히 따라가게 되는 작품이다.
보이지 않는 구조 속의 선택
이 다큐들을 보며 가장 먼저 들었던 감정은 '나도 이 거대한 시스템 안에 있구나'였다. 노동을 하는 방식, 그에 따른 보상, 생존을 위한 타협까지. 모두가 자율적으로 선택한 것 같지만, 사실은 구조가 정해준 틀 안에서의 제한된 상태로 노동하고 있었다. 나는 이 작품들을 보고 나서, 일이란 단지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을 지탱하는 방식이라는 걸 다시 생각하게 됐다. 내가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장소, 함께 있는 사람들, 쓰는 언어까지 모두 이 일의 조건에 따라 결정되고 있었다. 그래서 작은 변화라도 시작해야겠다고 느꼈다. 단순히 더 나은 직장을 찾는 게 아니라, 내가 어떤 노동 환경을 견디고 싶지 않은지를 명확히 아는 것부터였다. 그리고 가능한 선에서 일의 방식이나 속도를 조정해 보기 시작했다. 쉬지 못했던 시간을 짧게 나누어 쉬어봤고, 생각 없이 하던 회의에 별 건 아니지만 내 의견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아주 사소하지만, 그 변화가 내가 '사용되는 사람'이 아니라 '선택하는 사람'이라는 감각을 느끼게 해 줬다. 이 다큐멘터리들은 일의 가치를 묻기보다, 일 속의 나를 되돌아보게 했다. 여전히 나는 같은 회사에서 같은 일을 반복하지만, 조금 더 능동적인 주체로 일하고자 노력하게 됐다는 것이다. 회사에서 조금 더 능동적인 주체가 된다는 것은 일에 대한 흥미도 높여준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