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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정의에 대한 넷플릭스 다큐

by smileowner 2025. 5. 17.

이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부당한 일들, 구조적으로 반복되는 불평등, 그리고 그것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의 이야기. 오늘은 그 현실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다섯 편을 소개하려 한다. 불편할 수도 있지만, 꼭 한 번은 마주해야 할 이야기들이라고 생각한다.
사회 정의에 대한 넷플릭스 다큐

사회 정의에 대해 생각하다

어느 날 뉴스에서 본 장면 하나가 이상하게 머릿속에 오래 남았다. 어떠한 사건에 대해 서로 시시비비를 다투면서 어느 쪽도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고, 서로에게 떠밀기 바빠 보였다. 그걸 보는 내 감정은 단순한 분노가 아니었다. '이건 왜 아무도 제대로 책임지지 않는 걸까?'라는 질문이었다. 그런 질문은 쉽게 꺼내기 어렵고, 가까운 누구와도 이야기하기에는 조심스러웠다. 그래서 나는 더 조용히 알고 싶었다. 이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부당한 일들, 구조적으로 반복되는 불평등, 그리고 그것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때 만난 게 사회 정의를 다룬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들이었다. 다큐는 뉴스보다 더 깊고, 소셜미디어보다 더 진실했다. 말 대신 얼굴을 보여주고, 통계 대신 목소리를 들려줬다. 그리고 그 안에는 한 사람의 인생을 완전히 바꾸는 사건들과, 누군가에겐 평생 말조차 꺼낼 수 없던 현실이 있었다. 오늘은 그 현실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다섯 편을 소개하려 한다. 불편할 수도 있지만, 꼭 한 번은 마주해야 할 이야기들이라고 생각한다.

불평등의 구조를 보여준 다큐 다섯 편

첫 번째는 '13번째 수정헌법'이다. 이 작품은 미국 헌법 속 한 조항이 어떻게 흑인들의 자유를 박탈하는 구조로 작동해왔는지를 파고든다. 범죄자에겐 강제 노동을 허용한다는 단서 조항이 노예제도의 연장선으로 어떻게 이용됐는지를 구체적인 사례와 영상으로 보여준다. 단순히 미국 사회의 문제라고 치부할 수 없는 구조적인 불평등의 본질을 직시하게 만드는 다큐다. 미국 이야기라 조금 멀게 느껴졌지만, 늘 미국은 인종 차별이나 여러 차별등에 대해 굉장히 예민하면서도 늘 차별이 횡횡하다고 느껴왔다. 그런데 이 다큐를 보면서 아직 헌법 속에도 차별이 있는 걸 알게 되었고, 여전히 차별에 대해 싸우는 사람들의 모습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두 번째는 '아메리칸 팩토리'다. 중국 기업이 미국 공장을 인수하면서 벌어지는 문화 충돌과 노동 문제를 다룬 작품인데, 겉으로 보기엔 단순한 노동 갈등처럼 보이지만, 들여다보면 글로벌 자본과 노동의 가치가 얼마나 다르게 작동하는지를 날카롭게 보여준다. 누구의 관점이 옳은지보다, 서로의 세계관이 어떻게 어긋나는지를 통해 시스템을 생각하게 만든다. 세 번째는 '돈의 지배'다. 이 시리즈는 금융과 자본의 힘이 어떻게 사회 전체를 움직이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부정과 불법이 벌어지는지를 고발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세탁된 이미지 뒤에 숨겨진 은행, 기업, 개인들의 이야기 속엔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부조리들이 가득하다. 돈이 있는 쪽에 힘이 실리고, 힘이 있는 쪽이 규칙을 만든다는 사실을 현실감 있게 전달한다. 보지 않아도 아는 이야기였지만, 실제 부조리들을 영상으로 마주하니 허탈했다. 네 번째는 '타운홀 살인사건: 경찰과의 충돌'이다. 미국에서 경찰에 의해 사망한 흑인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이 다큐는 유가족의 시선에서 사건을 재구성한다. 통계나 뉴스가 담지 못하는 감정, 고통, 공허함이 고스란히 화면에 담겨 있다. 이건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구조적인 침묵과 무력감의 기록이다. 이 다큐는 흑인 이야기 중심이어서 다소 한국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지면서도, 우리나라로 생각하자면 돈 없고 힘없는 약자들은 늘 법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껴졌다. 다섯 번째는 '더 그레이트 핵: 개인정보 유출 스캔들'이다. 정치, 기업, 데이터가 한 몸처럼 얽혀 있는 현대 사회의 민낯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우리는 매일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 우리의 정보가 어떻게 추적되고 조작되며 사회 전체의 흐름을 바꾸는 데 이용되는지는 좀처럼 알 수 없다. 이 다큐는 기술이 정의를 위협할 수 있다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특히 최근에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SKT유심 해킹 사건을 겪으며 더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정의란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라는 걸 이 다섯 작품은 꾸준히 반복해서 보여준다.

침묵 대신 알아야 할 이유들

이 다큐멘터리들을 보고 나서 가장 먼저 든 감정은 불편함이었다. 나와 직접 관련이 크게 없다고 생각했던 이야기들이 사실은 내가 살아가는 구조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내가 싸게 사는 물건 뒤에는 누군가의 저임금 노동이 있었고, 내가 편하게 쓰는 기술은 누군가의 권리를 빼앗는 방식으로 작동했을 수도 있었다. 처음엔 죄책감 같은 게 들었지만, 그보다는 '이제는 알았으니 그냥 모른 척하면 안 되겠다'는 마음이 더 오래 남았다. 변화는 거창한 행동에서 오는 게 아니었다. 불편한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 것, 내가 지금 누리고 있는 것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자주 질문해보는 것,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작고 의미 있는 변화였다. 사회 정의는 뉴스 속 구호가 아니라, 내가 살아가는 방식에 깃든 태도라고 생각하게 됐다. 정의는 어떤 특별한 자격이 있는 사람이 만드는 게 아니라, 알고 있는 사람이 조금씩 실천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이 다큐들을 통해 조용히 배웠다.